티스토리 뷰
목차

어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을 만나 상담을 했습니다. 창업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창업하면서 들어간 돈이 6천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2천5백만 원의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가게를 시작했는데 1년이 되어가는 지금 폐업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살펴보니 한 가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창업하기 전에 확인하고 준비했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 빠져 있었습니다.
피자가게를 운영하면서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피자가게를 운영하면서 정작 사장님 본인은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피자 굽는 기술을 배우고 사장님은 가게를 운영하는 식으로 동업 비슷하게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떠났습니다.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만드는 사람이 없어진 것입니다.
직원을 두고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장이 가게의 핵심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떠났을 때 대표자가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 가게는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표자의 나이는 60대 중반이었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고 직접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창업하기 전에 대표자 본인이 피자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 가게의 핵심 업무가 흔들리는 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창업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이 사업의 핵심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는가?
좋은 재료를 쓰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마케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장님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장점입니다. 그런데 고객에게 그것을 알리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말을 한두 번 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왜 그 재료를 선택했는지, 그 재료가 피자의 맛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가족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특정 지역의 배달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고객이 정해져야 그 고객에게 맞는 메뉴와 가격을 정하고, 어떤 내용을 보여줄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게는 고객이 누구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차별점으로 내세울지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가게를 열기 전에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는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 좋은 재료를 사용한 피자를 누구에게, 왜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창업을 하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게를 열기 전에 고객이 우리 가게를 알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가게 계약하기 전에 주변을 한 번이라도 둘러 보았더라면
상권과 입지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가게 주변에 피자를 사 먹을 고객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주변에 경쟁 피자가게가 얼마나 있는지는 창업 전에 확인했어야 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고 해서 내 가게의 고객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내가 팔려고 하는 제품을 실제로 구매할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손익분기점도 마찬가지입니다.
6천만 원을 투자했고 2천5백만 원의 대출까지 받았다면 창업 전에 매달 얼마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지 계산했어야 합니다.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 공과금, 배달비용에 대출금 상환까지 생각하면 필요한 매출은 더 커집니다.
그 매출을 이 상권에서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계산해 보니 어렵다면 가게를 계약하기 전에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상담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창업하고 나서 생긴 문제 가운데 상당수가 창업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대표자가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웠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장사할 것인지 정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재료를 어떻게 차별점으로 만들고 고객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상권과 경쟁 가게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에 얼마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는지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자의 건강상태와 나이를 고려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6천만 원을 투자했고, 추가로 2천5백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제 1년이 되어가는데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폐업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가게를 정리해야 하고 이미 들어간 돈도 감당해야 합니다. 대출금은 남아 있으니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창업은 가게를 계약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무엇을 팔 것인지, 왜 내 제품을 사야 하는지 정해야 합니다.
경쟁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내가 건강하게 계속할 수 있는 사업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제 상담한 피자가게를 보면서 이런 준비를 창업 전에 제대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장소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금액을 줄였을 수도 있습니다. 피자가 아닌 다른 사업을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6천만 원을 투자하고 2천5백만 원을 더 빌린 뒤 1년 만에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가게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이 사업을 할 수 있는가.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고 살 것인가.
그리고 이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를 확인하지 않고 시작하는 창업은 너무 위험합니다.
창업 준비에 시간을 더 쓰는 것은 늦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된 창업을 막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창업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