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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몰라보고 장사를 하다.( 변화,고객,이해)

psg0817 2026. 7. 30. 09:55

목차


    장사나 사업은 고객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아이템과 목표 고객이 일치해야 내 가게를 찾는 손님이 늘어납니다. 예비창업자뿐만 아니라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고객이 정확히 누구인지를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고객을 결정하고 프로파일을 작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페르소나까지 만들 정도로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고객을 아는 것이 사업에서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작은 변화

     

    어제 지인과 오랜만에 막걸리 한잔을 하려고 춘천 풍물시장을 찾았습니다. 늘 가던 단골집으로 갔습니다.  가게 외관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입구에서 빈대떡과 전을 부치는 화덕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옛날 시장터의 분위기가 살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깔끔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주인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예전 주인은 연세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가게를 정리한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주인은 50대 중반의 여성이었습니다. 보험설계사를 하다가 보험영업이  힘이 들어 이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주를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보았습니다. 아크릴판에 네임펜으로 메뉴를 적어 놓았는데 글씨도 작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메뉴가 예전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두부찌개가 맛있어서 늘 그것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셨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그 메뉴도 없어졌습니다. 가게 안은 깔끔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전통시장의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색했습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가게 안을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게 밖에서 안이 모두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님이 술을 마시는 모습까지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계속 바라보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에게 유리문에 선팅 같은 것으로 조금 보완해도 훨씬 편안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은 막걸리 주전자와 막걸리 잔이였습니다.

    막걸리는 우리가 늘 마시던 종류였습니다. 그런데 양은 주전자와 양은 술잔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 두 병을 부어 양은 술잔에 따라 마셨습니다.

     

    우리 또래에게는 이것이 익숙합니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도 그런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병을 들고 작은 사기잔에 따라 마시는 막걸리는 술은 같아도 느낌이 달랐습니다. 양은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조금은 흘리면서 마셔야 막걸리를 마시는 맛이 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고객은 사장의 생각보다 먼저 존재한다

     

    이 두 가지를 주인과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창업 상담을 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 가게는 상호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모든 것을 새로 인수한 사장의 개인 관점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고객을 먼저 관찰하지 않은 것입니다.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기존 점포를 인수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인테리어나 메뉴를 바꾸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기존 점포는 빈 점포와 다릅니다. 이미 그 가게를 찾던 고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도 시설이 아니라 기존 고객입니다.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젊은 사람들도 오기는 하지만 절대다수는 오랫동안 시장을 이용해 온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옛날의 분위기와 추억을 찾아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장날 시장에 와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을 하고 그것을 하루의 낙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시장의 주요 고객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런 고객들은 단골가게를 정해놓고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주인이 바뀌거나 자신이 좋아하던 메뉴가 없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발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인테리어나 메뉴를 바꾸기 전에 기존 고객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비록 가게 주인이 보험회사를 다니면서 고객관리에 대한 경험은 있었을 것입니다.  보험과 장사는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보험은 계약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음식점은 첫 방문에서 고객의 마음이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다시 올 것인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인지는 첫 경험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쭈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던 향수가 있는 사람들에게 병째 내놓는 막걸리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방법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기대했던 시장의 분위기와 추억할  향수가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장사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통시장의 작은 대폿집이라도 목표 고객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장사나 사업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찾는 것,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 있습니다.

    가게를 인수했다고 해서 고객까지 함께 인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은 계약서에 적혀 있는 권리가 아니라 새 주인이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기존 가게를 인수하는 창업자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메뉴로 만들기 전에 먼저 기존 고객이 왜 이 가게를 찾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시설과 새로운 메뉴를 갖추고도 단골을 잃을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의 추억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메뉴를 차근차근 내놓아야 합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면 기존 고객은 낯설어하며 발걸음을 돌리게 됩니다. 가게를 이어받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이어받는 일입니다. 그 시작은 내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내 고객이 누구인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