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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쯤의 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상가에는 치킨집이 네 곳이나 있었습니다. 약 1,0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였으니 지방 소도시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상권이었습니다. 여러 치킨집 가운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처음 주문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데 모두 맛있다고 해서 그 뒤로도 계속 그 집에서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치킨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닙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문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사장님이 쿠폰을 한 장 주면서 "12장을 모아 오시면 치킨 한 마리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치킨집이 이런 쿠폰 마케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쿠폰 12장을 모두 모았습니다.
'오늘은 공짜 치킨을 먹는 날이다.'라는 생각에 가족들과 기분 좋게 치킨집을 찾았습니다. 쿠폰 12장을 자신 있게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쿠폰을 보는 순간 사장님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웃음은 사라졌고, 아무 말 없이 퉁명스럽게 쿠폰을 받아 치킨을 내주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제가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했더니 가족들이 한마디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다른 집에서 시켜 먹자." 치킨은 여전히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 집에서 다시 주문한 적은 없습니다.
쿠폰 12장은 치킨 한 마리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생존장사』를 읽다가 이런 문장을 보았습니다. "고객의 충성을 꼼수로 치부하지 말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그 치킨집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치킨을 먹었습니다. 쿠폰 12장을 모으려면 1년이 걸립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1년 동안 경쟁 치킨집을 두고 같은 가게를 열두 번이나 선택한 고객이었습니다. 설령 얼굴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쿠폰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이 고객은 우리 가게를 계속 이용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고객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12번이나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만 했어도 저는 지금도 그 치킨집 단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쿠폰은 단순히 무료 치킨 한 마리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다시 찾아와 달라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 약속을 지킨 고객을 그저 공짜나 바라는 진상 고객으로 생각하는 순간 쿠폰 마케팅은 실패하게 됩니다.
단골고객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큰 자산입니다
쿠폰을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무료로 제품을 하나 더 주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짧은 계산입니다. 쿠폰 12장을 모았다는 것은 열두 번의 구매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도 열세 번째, 스무 번째, 서른 번째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객은 단순히 물건만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에게 추천하고, 친구에게 소개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 집 괜찮더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이야기가 마케팅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기존 고객은 사업상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기존 고객은 재방문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고객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업자는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광고비를 쓰면서 이미 찾아온 단골고객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보물을 보지 못하는 셈입니다.
고객은 치킨보다 대접받은 기억을 오래 간직합니다
만약 제가 사장이라면 쿠폰 12장을 가져온 고객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했을 것입니다. "1년 동안 저희 가게를 이용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치킨을 건네면서 환하게 웃어주고, 다시 찾아와 주셔서 고맙다고 문 밖까지 따라와서 배웅인사까지 했더라면 고객이 느끼는 감동은 훨씬 컸을 것입니다. 고객은 무료 치킨 한 마리 때문에 단골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소중한 고객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 단골이 됩니다. 사업은 물건을 파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의 방문, 두 번의 방문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단골을 무심한 표정 하나로 잃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도 그 치킨집을 지나갈 때면 가끔 그날이 생각납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치킨의 맛이 아닙니다.
쿠폰 12장을 내밀었을 때 사라졌던 사장님의 웃음입니다. 사업에서 작은 표정 하나, 짧은 말 한마디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그 작은 순간이 다시 방문할지, 영원히 떠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쿠폰은 무료 치킨을 교환하는 종이가 아닙니다. 고객이 "나는 이 가게를 믿고 계속 선택했습니다."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그 마음을 진심으로 맞이하는 가게만이 단골을 만들고, 단골을 만든 가게만이 오래 살아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