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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를 모르면 열심히 일해도 어디서 손해를 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신용보증기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가장 안타까웠던 사업자 가운데 한 분은 30년 가까이 음식점을 운영한 사장이었습니다. 장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한 달에 순이익이 얼마나 남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선뜻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매출도 정확히 모르고 비용도 따로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관리하는 기준은 통장 잔액이 전부였습니다. 통장에 돈이 조금 남아 있으면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했고, 돈이 부족하면 그제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장을 여러 번 옮기며 다시 시작했지만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사업은 감각이 아니라 숫자로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소상공인이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성실함은 사업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숫자를 확인하지 않는 성실함은 방향을 모른 채 계속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돈이 들어오고 어디에서 빠져나가는지 모른다면 문제를 발견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장사는 바빠질수록 숫자를 더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기록을 미루면 결국 중요한 경영 판단도 감각에 의존하게 됩니다. 숫자는 현재 사업의 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경영 언어이며, 사업자가 매일 확인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입니다.

    장부를 쓰지 않는 사장은 사업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창업 컨설팅을 하면서 만난 사업자들도 비슷했습니다.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기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숫자관리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수증을 모아 전달하고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경영도 함께 관리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세무기장은 세금을 신고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경영자료와는 목적이 다릅니다. 세금 신고는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고, 경영기록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성공하는 사장들은 매출과 비용을 스스로 확인합니다. 오늘 얼마를 팔았는지, 원재료비는 얼마나 사용했는지, 고정비는 얼마나 발생했는지 꾸준히 기록합니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를 숫자에서 찾고, 비용이 증가하면 원인을 분석합니다. 반대로 숫자를 기록하지 않는 사업자는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사업은 느낌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록이 쌓이면 경영의 흐름이 보이고, 흐름이 보이면 문제를 미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숫자를 기록하는 일은 거창한 회계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매출, 비용, 현금흐름, 미수금, 재고 정도만 꾸준히 기록해도 사업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엑셀이나 가계부, 간단한 수기 노트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매일 숫자를 남기는 습관입니다.

    숫자를 보는 습관이 사업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26년 동안 현장에서 다양한 사업자를 만나며 오래 살아남는 사장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하루를 매출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어제의 숫자를 확인했습니다.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비용은 얼마나 지출됐는지, 이익은 계획대로 남았는지를 살펴본 뒤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사업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체온계와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체온을 확인하듯 사업이 흔들릴 때는 숫자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들은 감각을 더 믿었습니다. "오늘 손님이 많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통장에 돈이 있으니 아직은 버틸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경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통장 잔액은 현재 남아 있는 돈일 뿐입니다. 앞으로 발생할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세금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통장 잔액만 보고 사업을 판단하면 착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 통장에 돈이 있어도 다음 달에는 적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잔액이 적어 보여도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은 숫자를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숫자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매출이 많아도 비용을 모르면 적자가 날 수 있고, 매출이 조금 줄어도 비용을 잘 관리하면 안정적인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장은 감각보다 숫자를 먼저 확인합니다. 오늘부터 매출과 비용을 직접 기록해 보십시오. 숫자를 보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습관이 쌓이면 경영 판단이 달라지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줄이며,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업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